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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지금 행복하다 (111)
하루하루 사는 법
산책하다가 나무 아래 돌나물 꽃들이 노랗게 만발해 있는 것을 보았다. 땅에 내려온 별무리처럼 반짝였다. 돌나물 꽃은 대개 여름에 핀다고 하지만 본격 여름에 접어들지 않은 요즘, 돌나물 꽃이 핀 것은 이 나무 아래 햇살이 너무 좋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돌나물을 아직 먹지 못했다. 돌나물을 그냥 씹어 먹으면 버터맛이 나는 것 같다. 한 때는 열심히 돌나물도 먹고 화분에 돌나무를 심어 키우기도 했었다. 어느 해 여름 돌나물 화분을 창밖에 내다두었는데, 새들이 돌나물 꽃과 잎을 쪼아 먹어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그래도 새들이 우리집을 찾는 것이 좋아서 돌나물을 계속 희생양을 삼았다. 그러다 더는 돌나물을 키우지 않게 되었다. 새를 유혹하기 위해서 돌나물보다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내다..
어제, 오늘은 낮 기온이 많이 올랐다. 오늘은 29도까지 올랐으니 초여름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한낮 하천가 산책을 나선 사람이 거의 없다. 좀 덥다는 것만 빼면 햇살도 눈부시고 대기질도 그리 나쁘지 않아 오히려 산책하기에는 그저 그만이다. 햇살 아래 긴 팔을 걷어붙이고 천천히 걷는 데 어린 시절 여름 방학이 떠올랐다. 다음 순간 행복감이 밀려왔다. 어린 시절, 방학은 얼마나 즐거운 시간인가. 그때의 편안함과 즐거움에 잠시 빠져들었다. 당분간 이 더위, 30도를 넘지 않으면서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을 좀더 즐기고 싶다. 코로나 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요즘이니 오히려 더울 때 산책하는 것은 사람들을 피해 걸을 수 있으니 더 나은 선택인지도 모른다. 내일은 오늘보다 기온이 좀더 떨어져서 낮 ..
하천가에서 개양귀비를 처음 발견한 것은 3년전이었는데, 눈을 의심했다. 프랑스에 있을 때는 지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이었지만, 우리 땅에서도 개양귀비를 풀밭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개양귀비가 외래종이라서 특별히 심지 않는 이상 야생상태로 만나기는 어려우니까. 하천가에 개양귀비가 나타나긴 했지만 한 두 송이 정도였던 것이 해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늘어났다. 늘어나던 개양귀비가 있던 곳을 올해 시에서 완전히 파헤쳐지고 흙을 걷어냈기 때문에 이제 더는 개양귀비를 만날 수는 없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개양귀비 무리를 발견하고 기뻤던 것도 잠시, 그 개양귀비들도 어제 누군가에 의해 모두 뽑혔다. 양귀비라고 생각했던 걸까? 산책하다가 또 다른 곳에서 개양귀비 두 송이를 발견했다. 하천가에는..
이른 봄 행운목을 베란다에 내놓으면서 화분을 살펴보니, 화분 전부가 뿌리로 가득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 큰 화분으로 바꾸어야겠다 싶었지만 적당한 화분이 없어 미루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행운목 상태가 나빠보였다.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서 거름통으로 사용하던 화분의 거름을 붓고 다른 곳에 보관하기로 했다. 거름 일부는 새 흙과 섞어서 화분을 채우기 위해 거름 속에서 미처 썩지 못한 나무조각이나 나무가지들은 손으로 걸러냈다. 화분이 행운목에게 조금 큰 듯하지만 계속 자라면 화분이 적당한 크기가 되리라. 흙도 영양이 좋으니 이제는 잘 자라지 않을까 싶다. 기온도 많이 올라서 행운목이 좋아하는 나날이 이어질테니... 식물이나 사람이나 사는 공간이 쾌적해야지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법. 그동안 ..
아파트 화단에 노란장미꽃이 피기 시작했다. 비 내린 후라 그 모습이 더욱 싱그럽기만 하다. 눈부시게 피어 있는 노란 장미꽃, 정말 아름답다.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다워서 꽃말이 '질투심'일까? 5월 중순이면 장미의 계절이라서 장미꽃이 피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기후변화로 장미꽃이 때를 잃고 피는 때에는 제때 피어나는 장미꽃이 더욱 반갑다. 어제 오늘 계속 비가 내린다. 비를 핑계대면서 외출도 산책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아마 오늘 밖을 나가보면 꽃봉오리였던 장미들이 활짝 펴서 노란 웃음 지으며 반겨줄 것 같다. 오늘은 산책을 나가야겠다.
산책을 하다 보면 종종 만나는 설치예술품이다. 프랑스 디자인 듀오 M/M PARIS의 작품이다. 멀리서 볼 때 펜이 벌레처럼 보여서 흉물스러운 기둥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펜이 그려져 있을 뿐.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디자인 듀오의 작품에는 사실 알파벳이 쓰여져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설치된 지 10년 넘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펜의 존재를 겨우 인지했을 뿐 알파벳이 쓰여 있다는 사실은 지금껏 알지 못했다. 며칠 전 가까이서 살펴보니 정말로 알파벳이 쓰여 있다. 17개의 기둥에 쓰여진 알파벳은 "Livable/ City/ Anyang/ in/ Harmony/ with/ Mountains,/ Water/ and/ Tranquility. /There/ is/ a/ Hope/ an..
흰구름 때문에 푸른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이고 하늘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날이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보는 구름과 프랑스의 브르타뉴에서 보았던 구름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구름이 더 보드랍고 상냥한 느낌이랄까. 오늘 하늘에 둥둥 떠 있던 뭉게구름들. 구름들 덕분에 순식간에 하늘이 마음에 들었다. 뭉게구름이 있는 하늘이 갑자기 내 주변을 더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어주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아파트 화단에 작약꽃이 만발했다. 어느새 봄날이 흘러흘러 작약꽃이 만발한 날이 되다니! 봄날의 시간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을 뒤따라가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느낌이다. 작약꽃을 보면 떠오르는 정원이 있다. 작약을 사랑하는 경주 지인분의 정원이다. 이맘때면 멋진 한옥집의 정원 한켠에는 작약꽃들이 서로 경쟁하듯, 빛을 발했다. 작약꽃들이 한옥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지인이 한옥을 떠난 후, 더는 그 정원의 작약을 볼 일은 없다. 이제 그곳의 작약도 기억 속에 자리잡아 추억이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평범한 아파트단지이지만 매년 화단에서 이렇게 작약이 꽃을 피운다. 올해도 작약꽃은 변함없이 풍성하게 아름답다. 고마운 일이다. 문득 중학교 시절 만들었던 부처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