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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한 벤자민 고무나무, 날로 푸르다

마카모 2020. 6. 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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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집에서 자라는 벤자민은 작년 가을 이웃 아파트 화단에 뿌리째 뽑혀 버려진 것을 주워온 입양식물이다. 

그리고 이 벤자민에게는 '빵세 주니어'라는 이름을 주었다.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된 것은 앞서 키웠던 벤자민 '빵세'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2007년 봄이었던 것 같은데, 연구소를 열고 얼마되지 않아 버려진 벤자민을 주워서 그곳에서 키웠었다.

이름은 '빵세'라고 지어주고 정성껏 키웠다가 2년 정도 프랑스에 체류하게 되서 아는 사람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업에 실패해서 도주하듯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참 후에 듣게 되었었다. 

통화를 하면서도 빵세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그 사람의 처지가 너무 힘든 것 같아서. 

빵세는 다시 버림 받았을까?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맡아서 다시 키우고 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빵세 주니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처음 우리집에 온 날이 2019년 9월 16일. 

내게 이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정성을 다해 돌보던 집오리 '농투'가 죽은 날이어서. 

집오리가 죽은 날, 빵세 주니어를 얻었던 특별한 날이었다.

빵세 주니어는 내게 위로를 주었다. 

 

벤자민 고무나무(Ficus benjamina)는 인연이 있는 나무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에 있을 때도 벤자민을 키웠다.

그 벤자민은 프랑스를 떠나올 때 세들어 살던 집주인에게 주었다. 

 

프랑스에서는 이 나무를 Figuier pleureur라고 부른다.

형용사 pleureur는 '가지가 늘어진'이란 의미도 있지만 '걸핏하면 우는'이라는 뜻도 있다. 

나는 벤자민 고무나무의 늘어진 가지에 달린 잎을 보면서 눈물방울을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매번 벤자민 고무나무를 키우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입양보내거나

아니면 버림받은 벤자민 고무나무를 다시 입양하거나 했던 것일까?

 

이제 내 인생의 세 번째 벤자민 고무나무를 키우고 있다. 

빵세 주니어를 끝까지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나무가 울지 않도록.

'figuier riant(잘 웃는)'으로,  '아름다운' 벤자민 고무나무로 키우고 싶다. 

(불어 'riant'에는 '아름다운, 보기가 좋은'이라는 의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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