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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하천가를 지나다가 바위 근처에 핀 애기똥풀꽃과 자주개불주머니꽃을 보았다. 노란꽃과 보라빛꽃이 연한 초록의 새잎들과 어우러져 햇살 아래 빛났다. 독초라도 바라보는 눈에게는 곱기만 하구나.
아침부터 쿵쾅거리는 소리가 좀 심하다 싶었는데... 오후에 밖을 나가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더니 작은 종이가방이 걸려 있었다. 가방 속을 살펴보니까 음식물 쓰레기봉지와 초콜릿, 그리고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바로 오늘 소음의 주인공, 새 이웃의 선물이었다. 누군가 새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래도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아는 사람이 이사를 와서 다행이다. 예전에는 새로 이사를 오면 시루떡도 돌리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사를 와도 인테리어공사를 해도 이웃 따위는 관심없다는 식으로 세태가 바뀌어 참 세상 삭막해지는구나, 했었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 이후로 새로 이사와 2주 넘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고 문 앞에 편지와 작은 선물을 걸어놓은 이웃으로 두 번째.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는 상황에 앞서 미리..
지난 2월21일에 메주에 소금물을 붓고 홍고추와 대추를 넣어 독 2개에 나눠담은 지 38일째 되던 어제, 마침내 간장과 된장을 가르기로 했다. 유리뚜껑 속을 들여다 보니 하얗게 꽃이 피었다. 간장과 된장을 가를 때가 되었다는 뜻이란다. 뚜껑을 열고 된장을 모두 꺼내고 남은 간장물. 된장에 간장물을 좀더 부어 부드럽게 부셨다. 그리고 빈 독에 담았다. 이제 이 된장은 1년 후 먹게 될 것이다. 건져낸 고추와 대추는 버렸다. 흰 곰팡이, 푸른 곰팡이까지... 곰팡이 차지가 되었으니... 천에 받쳐서 걸러낸 간장은 2시간 반동안 끓였다. 덕분에 온 집안이 간장 달인 냄새로 가득. 창문을 열어두고 했지만 하루가 지난 아직도 냄새가 안 빠졌다. 그래도 못 견딜 냄새는 아니다. 맛깔스럽고 구수한 냄새. 젓갈 달인 ..
사과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다. 주로 아침식사로 먹는데 사과는 농약 없이 키울 수 없고 그 어떤 과일보다 농약범벅이라는 말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무농약으로, 유기농으로 꿋꿋이 사과농사를 짓는 성실한 농부가 있음을 믿고 될수록이면 무농약이나 유기농사과를 구매한다. 사과는 농약 없이 키우지 못한다는 사람들에게 유기농 사과 생산자가 들려주는 유기농사과 생산과정을 알려드리고 싶다. 찬찬히 읽어보면, 얼마나 힘들고 고되며 정성을 다하는 과정인지를 알 수 있다. 유기농 사과는 없다고 계속 고집하면서 농약사과 먹기를 계속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애써 유기농 사과농사를 짓는 농부의 노력을 폄하하지는 말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이라도 생각이 바뀌면 유기농 사과를 드시라고 권하고 싶다. 얼마나 맛..
오전에 볼 일을 보러 길을 나섰는데, 어느 집 대문 앞에 큰 화분이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이 단층가옥의 주인은 화초를 가꾸는 일을 즐기나 보다. 게다가 대문 앞에 화분을 내어놓아 길가는 행인들까지 기쁨을 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잠시 서서 이 꽃들을 즐겼다. 왼쪽부터 제라늄(작은 꽃봉오리들이 맺혀 있다), 그리고 다알리아(잎은 다소 평범하지만 붉은 꽃이 소담스럽다), 수선화(고개 숙인 노란꽃들이 사랑스럽다), 다시 다알리아. 이 주인은 다알리아 꽃을 좋아하나 보다. 사실 다알리아는 잘 알지 못해서 꽃검색을 해보았다. 이 집 주인 덕분에 새로운 꽃을 알게 되었다. 두 번 기쁨을 주는 주인. 꽃을 즐길 수 있게 해 주고, 꽃의 배움의 길로 인도하고. 따뜻한 봄날을 즐길 수 있었던 행복한 금요일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