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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풍경을 이방인처럼 즐기다

마카모 2021. 5. 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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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길에 멀리 노란꽃이 보여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잎과 줄기만 자라 녹색빛이던 곳이 어느덧 노란색으로 바뀐 것이다.

노란 꽃창포 사이에는 보라빛 붓꽃도 보였다. 

피어 있는 꽃들이 만드는 풍경의 색깔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궁금증이 풀려서 좋았다. 

꽃을 보다보니 화장실이 급해졌다.

가까운 화장실을 찾다가 평소 가지 않던 길을 걷게 되었다. 

바라만 보던 다리 위에서 하천을 내려다 보니까 좀전에 보았던 노란꽃창포꽃밭이 보인다. 

그리고 평소 다니던 산책길도 한 눈에 들어온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풍경 속에 있을 때와 달리 풍경 밖으로 나와서 그 풍경을 바라보니 정말 달라 보인다. 

숲 속에서 나무는 볼 수 있어도 숲을 제대로 조망하기 어렵다고 했던가.

하천이 지는 저녁햇살로 붉어진 모습에 마음이 설렌다. 

하천을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을 비로소 발견한 느낌. 

동네길을 수없이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지만 아직도 알지 못하는 길이 있고 풍경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여행을 떠나 낯선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자의 기분이 잠시 되었다. 

익숙한 곳도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낯설어질 수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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