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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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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가에는 뽕나무가 많다. 6월초, 뽕나무의 열매, 오디가 하나 둘 익어간다. 작년 6월에는 집오리들 밥을 주러 하천가에 다니면서 오디를 많이 따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뽕나무의 오디가 맛이 있는지를 알아볼 겸 뽕나무를 이동하며 오디를 따먹기도 했다. 그리고 제일 맛좋은 오디가 열리는 뽕나무를 찜해두기도 했다. 어제 살펴보니, 찜해둔 뽕나무의 오디는 아직 익지 않았다. 그 나무의 오디는 유달리 작다. 산책하다 보면 요즘 오디를 따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아직 오디 따기에는 조금 이른 때인데도. 같이 산책하던 친구는 마스크를 벗고 오디를 따서 맛을 본다. 그리고 내게도 오디맛을 보라며 권한다. 잘 익은 오디는 달다. 이미 내 손이 닿을 만한 가지의 오디는 다른 사람들의 차지가 되었다. 나는 오디를 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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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계단 옆 콘크리트 사면에 큰금계국 노란꽃이 만발했다. 코스모스를 닮은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으면 예쁘다. 큰금계국은 토착식물을 위협하는 식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도시의 황폐화된 공간에서는 큰금계국이 제 몫을 다한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 바로 아래 콘크리트 벽면에도 큰금계국이 자리를 잡았다. 마치 노란꽃 꽃꽂이를 한 것 같다. 평소라면 무척 황량했을 법한 곳인데, 요즘은 큰금계국 꽃 덕분에 좀더 눈길과 마음이 가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도로가 산책길에도 큰금계국이 군락을 이루었다. 역시나 이곳도 콘크리트 사면이라서 보기가 흉한 곳이었는데 큰금계국이 자리잡아 한결 보기가 좋아졌다. 회색빛 도시의 산책길에 큰금계국 무리가 노란불을 밝혀주는 듯 하다. 식물도 사람도 제 자리가 있는 법이다. 잘못 자리잡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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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집에서 자라는 벤자민은 작년 가을 이웃 아파트 화단에 뿌리째 뽑혀 버려진 것을 주워온 입양식물이다. 그리고 이 벤자민에게는 '빵세 주니어'라는 이름을 주었다.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된 것은 앞서 키웠던 벤자민 '빵세'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2007년 봄이었던 것 같은데, 연구소를 열고 얼마되지 않아 버려진 벤자민을 주워서 그곳에서 키웠었다. 이름은 '빵세'라고 지어주고 정성껏 키웠다가 2년 정도 프랑스에 체류하게 되서 아는 사람에게 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업에 실패해서 도주하듯 떠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참 후에 듣게 되었었다. 통화를 하면서도 빵세에 대해 물어보지 못했다. 그 사람의 처지가 너무 힘든 것 같아서. 빵세는 다시 버림 받았을까?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맡아서 다시 키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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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휴대용 자전거 펌프를 장만했다. 그동안 수 년간 자전거 바퀴가 바람이 빠진 채 방치되었었다. 펌프를 사야 하는데 생각하는 데만 긴 시간이 걸렸다. 며칠 전 불현듯 자전거는 자가용이 없는 내게 유일한 교통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자 지금이라도 펌프를 구입해서 자전거를 다시 타야겠다 싶었다. 대단한 자전거는 아니고 장바구니가 달린 지극히 평범한 자전거지만 방치해서 버릴 일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사실 다이소에서 펌프를 살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동네 여기저기 다이소 매장을 전전하다가 자전거 펌프를 찾을 수 없어 결국 포기했다. 게다가 사용했던 사람의 평가가 나빠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지요 펌프를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결론을 내긴 했다. 그러다가 길가다가 자전거 바람을 넣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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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다가 나무 아래 돌나물 꽃들이 노랗게 만발해 있는 것을 보았다. 땅에 내려온 별무리처럼 반짝였다. 돌나물 꽃은 대개 여름에 핀다고 하지만 본격 여름에 접어들지 않은 요즘, 돌나물 꽃이 핀 것은 이 나무 아래 햇살이 너무 좋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돌나물을 아직 먹지 못했다. 돌나물을 그냥 씹어 먹으면 버터맛이 나는 것 같다. 한 때는 열심히 돌나물도 먹고 화분에 돌나무를 심어 키우기도 했었다. 어느 해 여름 돌나물 화분을 창밖에 내다두었는데, 새들이 돌나물 꽃과 잎을 쪼아 먹어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던지! 그래도 새들이 우리집을 찾는 것이 좋아서 돌나물을 계속 희생양을 삼았다. 그러다 더는 돌나물을 키우지 않게 되었다. 새를 유혹하기 위해서 돌나물보다 물이 가득 담긴 물통을 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