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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0/10 (6)
하루하루 사는 법
요즘은 한참 조생귤이 나오는 시기인가 보다. 실수지만 조생귤을 너무 많이 주문하는 바람에 냉장고가 조생귤로 가득하다. 조생귤은 다른 귤에 비해 일찍 수확하는 귤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약간 새콤하면서 달콤하다. 덕분에 당분간 아침은 감귤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 조생귤은 유기농귤이라서 농부가 진피차를 끓여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귤을 먹고 남은 껍질을 이용해서 생강과 함께 진피생강차를 끓이니 좋다. 차를 끓이는 동안 집안 가득 귤향으로 향긋하고 차를 마시면 에너지가 불끈 솟는 느낌이다. 올겨울 감기, 독감에 대비해서 열심히 진피생강차를 마실까 보다. 감귤과 진피생강차 한 잔의 아침, 활기가 생긴다.
삼 주째 치과를 다니고 있다. 지난 주 화요일에 이어 오늘까지 오른쪽 위 바깥쪽 큰어금니를 금크라운을 하고 오른쪽 위 안쪽 큰어금니와 바로 옆 작은 어금니에 인레이를 했다. 의사는 오른쪽 위 안쪽 큰어금니와 옆의 작은 어금니의 인레이는 충치치료라고 이야기했다. 두 이 사이에 치간 충치가 생긴 상태다. 하지만 바깥쪽을 구멍을 내서 충치치료는 할 수 없다고. 이가 약해지기 때문에. 그래서 일단 안쪽 큰어금니 위의, 겉으로 보이는 충치 구멍 문제를 인레이를 통해서 잡아보기로 한 것 같다. 두 이 모두 조금 깊게, 그리고 붙은 쪽으로 조금 넓게 인레이를 했다. 그래서 기본 9만원에 옆으로 넓어져서 3만원, 밑으로 깊어져서 3만원을 더 내야 했다. 각각 인레이 비용으로 15만원이 들었다. 따라서 총 30만원. ㅠ..
베란다에 나팔꽃덩굴 이파리가 하나둘 낙엽되어 떨어진다. 낙엽을 그냥 그대로 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내버려둘 생각이다. 잎이 다 떨어지면 그때는 겨울맞이 대청소를 할까 싶다. 나팔꽃은 거의 피지 않고 이제 남은 잎만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다. 이 잎들도 곧 모두 사라질테지. 내년에는 누수가 된 베란다를 한 차례 공사해야 해서 나팔꽃 덩굴을 만들 수 없을테니까 올해는 나팔꽃 덩굴을 열심히 즐겨야겠다. 집안에서 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당근을 먹다가 오래 전 할머니가 당근을 물에 담궈 싹을 틔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작은 그릇에 당근 조각을 물에 담궈 할머니가 하시던 대로 해보았다. 당근이 아까워서 할머니가 하셨던 것보다는 당근을 좀더 작게 잘랐다. 당근을 먹을 때마다 조각을 물에 담궈두다 보니까 앞서 담궈둔 그릇에서 싹이 제법 길게 나왔고 조금 싹이 나온 것도 있고 아직 잠자듯 있는 것도 있다. 제법 여러 날이 흘렀다. 당근 하나는 곰팡이가 생겨서 버리고 세 개만 남았다. 푸른 싹이 돋은 당근이 정말 귀엽다. 붉은 당근빛과 녹색의 싹이 어우러져 색깔도 예쁘고 보고 있으면 작은 섬 위의 나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무가 자라는 무인도라는 상상. 내가 그 섬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좀더 싹이 자라면 샐러드를 해 먹을 때 싹..
2년 반만에 치과를 찾았다. 병원가는 일을 싫어하지만 특히 치과는 더 싫다. 2년 반 전에 두 군데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을 했다. 그런데 한 치과에서 칫솔질을 배웠었다. 이날 치솔질을 가르쳐준 의사는 내 이 상태를 보고 '나쁨'으로 평가했다. 치과에서는 적어도 4개 이상의 크라운을 권유했다. 4개 이상의 크라운을 하려면 적어도 200만원 이상의 치과치료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깜짝 놀랐다.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내가 간 치과들 중 한 곳은 보통 가격, 또 한 곳은 좀 싼 가격을 제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치과마다 크라운에 사용하는 재료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재료가 금이냐, 메탈이냐, 지르코니아냐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한 치과는 금과 지르코니아 가격이 동..
가을날, 아파트 화단에서 피어나는 죽단화 꽃. 죽단화의 계절은 5월이건만 가을날에 어인 일인지... 불현듯 봄날이 찾아온 듯 반가워서 잠깐 서서 노란꽃을 바라보았다. 예쁘다. 꽃이 계절을 잃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어딘가에서 읽은 것을 떠올려보면 생존의 위기감 때문에 평소 꽃피우는 계절이 아닌 때에도 꽃을 피운다고. 지난 여름 기나긴 장마와 몇 차례의 태풍에 죽단화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것일까? 살려고 애쓰는 생명의 모습은 처절하지만 감동적이고 기특하다. 보면서 나도 사는 데 좀더 애써봐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