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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행운목 곁에 돋아난 이 녹색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행문목의 싹인 것 같다. 그동안 그리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장마비가 계속되는 동안, 이 어린 싹이 조금씩 조금씩 살그머니 자랐나보다. 햇살이 없어서 덩굴식물은 병이 들고 썪기도 했지만 오히려 행운목과 벤자민은 더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싹도 자란 거겠지. 장마비가 준 선물인가? 혼자 생각해 보았다. 장마비가 떠나면서 안겨다 준 어린 싹으로 생각해야겠다. 이 어린 싹은 정말 올여름의 행운이다.
출판사 '오후의 소묘'에서는 계속해서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노래하는 꼬리]라는 그림책이 나왔다. 노래하는 꼬리? 제목부터 궁금해진다. 아주 작은 마을에 사는 꼬마 이반에게 어느날 갑자기 꼬리가 자라났다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상상력을 풀어놓는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더 빛나게 하는 데는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이 한 몫하고 있다. 무채색의 뎃생에다 붉은 색을 가미했다. 그래서 붉은 색이 강렬한 효과를 낳았다. 내용의 정서를 잘 담아내는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들은 이번에도 당혹스러운 상황의 분위기를 붉은 색으로 잘 표현했다. 그런데 도대체 노래하는 꼬리는 무엇일까? 낯설어서 당혹스럽지만 유쾌한 느낌을 준다. 결국 이 낯선 꼬리는 작은 마을 사람들 모두를 행복하게..
어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나무 아래 빽빽히 자라있는 강아지풀이 눈에 들어왔다. 강아지풀은 내가 좋아하는 풀이기도 하지만 봄에만 해도 여기에는 민들레, 선씀바귀 꽃들이 피어 있던 곳이었다. 8월에는 강아지풀이 이 자리를 차지했네. 도시의 가로수 곁 비좁은 땅에 계절따라 자리를 나눠쓰면서 이렇게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강인하고 끈질긴 풀의 생존력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생명이 아름답다. 언젠가 다들 생명을 소진해 죽음을 맞더라도 말이다.
올해 무화과는 처음이다. 겉이 녹색인 걸 보니 완숙 무화과는 아니다. 배달로 받는 무화과는 거의 항상 덜 익은 상태로 온다. 무화과를 반으로 잘라보니 속이 붉고 붉은 부분을 감싸는 흰 부분, 그리고 녹색의 겉껍질. 보기가 좋다. 한 입 베어무니 역시 완전히 익은 무화과가 아닌 풋익은 맛이 난다. 그래도 향긋하고 은은하게 달콤하고 부드럽고 물기가 많다. 나는 한 해에 한 번 무화과 맛을 보고 간다. 프랑스 기숙사 정원의 무화과 나무에 대한 추억 때문이랄까. 친구들과 무화과 나무 아래 놓인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떨다 보면 농익은 무화과가 테이블 위로 뚝뚝 떨어지곤 했다. 그때 나눠 먹었던 무화과의 달콤한 맛에 대한 행복한 기억은 지금도 내 몸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이후 더는 그런 맛의 무화과를 맛보지 ..
매미가 운다. 폭포수가 흐르는 듯한 소리. 말매미소리다. 매미가 울면 비가 그친 것이라는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오늘 깨어난 이후 계속해서 매미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비는 멈춘 것이 분명하다. 이제 이대로 비는 끝이 나는 걸까? 장마비가 끝없이 쏟아졌다 멈췄다가 계속되는 요즘. 어제는 정말 온종일 빗물에 잠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망창에 붙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가 반갑다. 매미야, 너네들도 고생이 많구나. 이 비 속에서 짝을 찾아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 매미도 오리도 사람도 모두 생존하기가 힘든 나날들이다. 말매미의 폭포수 소리 사이에서 맴맴맴맴 매애~앰하는 참매미 소리도 들린다. 그 어떤 음악보다 오늘은 매미들의 합창을 좀더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