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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다

미국능소화덩굴

마카모 2019. 8. 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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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건너다가 미국능소화 덩굴을 흘낏 쳐다보았다. 

이제 꽃들이 많이 져서 미국능소화의 계절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교에서 심은 미국능소화덩굴이 구름다리 위로 이동한 것도,

매 년 여름마다 이 아름다운 붉은 꽃을 감상할 기쁨을 맛보게 된 것도 오래된 일이지만

이제 이 꽃을 우리 아파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오전 나절 아파트 후문을 지날 때면 후문에 덩굴을 만드느라 고생하는 아주머니 한 분과 마주친다.

나는 이 분이 관리소에서 화단관리를 맡긴 일꾼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도 후문을 지나가려는데, 귀여운 강아지가 묶여 있어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덩굴을 만드느라 바쁜 이 분에게 어떤 덩굴을 만드시냐? 물었다. 능소화덩굴이란다. 

그러고 보니, 능소화가 맞다. 아주머니는 여러 종류의 능소화가 있지만 당신은 빨강 꽃이 피는 능소화가 마음에 든단다. 

아... 미국능소화를 좋아하시는구나, 하며 구름다리 위의 미국능소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머니께서 만들고 계신 덩굴이 바로 구름다리 위에서 가져다 온 덩굴이라고 하신다. 

잎을 자세히 관찰하니 미국능소화의 어린 잎이 맞았다. 

알고 보니 아주머니는 일꾼이 아니라 나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이웃이었다. 

게다가 같은 동의 같은 라인에 살고 계시는 분이었다. 어쩌면 오다가다 수없이 마주쳤던 이웃이었으리라.

이 분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아파트의 정원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후문에 미국능소화 덩굴을 만드는 것도 스스로 좋아서 하고 계시는 일이었다.

얼마전 아파트 벽에 맞닿은 정원에 맥문동을 심으신 분이 아주머니였다.

시의 근로노동을 하시는 분들이 채 심지않고 버려두고 간 맥문동을 주워 아파트 화단에다 심은 거라고 하신다. 

그리고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정원, 시가 운영하는 정원의 맥문동을 관리하는 것도 이 아주머니의 역할이 컸다. 

아파트 1층 화단에 꽃을 심고 가꾸는 분이 바로 이 분이었던 것을 지금껏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내내 부녀회에서 하는 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부녀회가 우리 아파트에서 사라진지 오래라고 하신다. 

아파트 일에 너무 무관심했구나, 싶었다.

 

아주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능소화덩굴을 만드는 일에 조금 손을 보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분이 좋아졌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감동을 줬다. 

 

올해는 아파트 후문에서 미국능소화가 활짝 핀 덩굴을 보진 못하겠지만

내년에는 우리 아파트에서도 미국 능소화를 오며가며 만날 수 있다고 상상하니 즐겁다. 

그 꽃을 볼 때마다 아주머니의 정성이 함께 떠올라 더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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