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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친구가 이번에 식탁에 놓은 꽃병에는 '식물채집'이란 이름을 붙였다. 메귀리, 개밀, 오리새, 나도겨이삭, 모두 벼과식물로만 꽃꽂이를 했다. 최근에 공부한 식물들을 꺾었다고 했다. 녹색꽃이라서 잘 눈에도 띠지 않는 풀들. 하지만 나름의 독특한 꽃꽂이라 싶었다. 그리고 요즘 피어나기 시작한 진노랑의 원추리꽃과 큰고랭이 한 줄기도 각각 작은 꽃병에 꽂아 두었다. 계절을 알려주는 꽃꽂이는 실내에 계절감의 분위기를 줘서 좋다.
오븐이 사망한 지 벌써 수 년이 되었는데, 사지 않고 견디다가 결국 에어플라이어와 오븐 겸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SK매직 All-in-one멀티오븐을 구입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좀 주저하다가 크기도 작고 디자인도 예쁜 쿠진아트 에어플라이어오븐(TOA-28KR) 을 사기로 결정했다. 지금 찾아보니 배송비포함 12만원정도에 이 모델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오븐을 살 당시에는 오븐가격이 싸면 배송비가 비쌌다. 그래서 배송비까지 포함하면 대략 14만원 정도. 그런데 난 이 오븐을 GS Shop에서 구매했다. 배송비 포함해서 15만원이 살짝 넘었다. 금요일날 주문하니까 토요일날 바로 배송되어 왔다. 토요일날 저녁에 끼슈를 만들어보았다. 그런데 유난히 전선타는 냄새가 ..
길을 걷다 패랭이꽃을 발견하고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패랭이꽃이 핀 화단 앞 벤치에 살아 꿈틀거리는 존재가 있었다. 애벌레다! 정말 화려한 색깔의 애벌레네. 이 애벌레는 나중에 나비가 될까? 아니면 나방이 될까? 패랭이 꽃도 예뻤지만 애벌레도 예뻤다.
친구가 이번 식탁 위 꽃꽂이로 선택한 것은 금은화. 꽃봉오리와 만개한 꽃이 있는 덩굴줄기를 꺾어왔다. 금은화의 만개한 꽃은 흰색으로 그 모양이 참으로 독특하다. 수술 5개, 암술이 하나인 금은화 꽃은 꽃잎이 뒤로 말렸는데, 큰 꽃잎은 갈래가 져서 마치 손가락장갑같아보인다. 아래쪽에 져가는 꽃은 진노랑색이다. 이 어린 꽃봉오리들은 과연 필까? 지난 번 꽃꽂이의 쥐똥나무 꽃봉오리는 다 피질 않았다. 마주나는 잎과 잎겨드랑이에서 피어나는 꽃. 꽃은 꼭 2송이씩 피어난다. 이틀이 지나니까 흰꽃이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다. 금은화의 녹색꽃봉오리가 피어나면 흰색 꽃. 이 흰꽃은 연노랑으로 변하고 점점 짙어져 진노랑색이 되면서 진다. 그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다. 친구는 이 꽃꽂이에게 '일생'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녹색..
친구가 해 준 꽃꽂이. 산책길에서 꺾은 단풍나무와 쥐똥나무 흰 꽃봉오리를 재료로 삼았다. 친구는 이 꽃꽂이의 이름을 '봄의 향기'라고 붙였다. 쥐똥나무 흰 꽃의 향내에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단풍나무는 왜 꽂았느냐? 물어보니까 이유 없음. 작은 꽃이지만 쥐똥나무 꽃향기는 강하다. 향내가 식탁에서 퍼져나갔다. 봄날 새로 자란 단풍나무 푸른 잎도 푸릇푸릇한 봄 느낌을 준다. 단풍나무 잎사귀가 쥐똥나무 흰 꽃봉오리의 멋진 배경이 되어 주었다. 마음에 든다. 시각적으로도 후각적으로도 행복해지는 선물이다. 남은 쥐똥나무 꽃과 잎, 그리고 단풍나무 잎을 작은 꽃병에 꽂아두었다. 사진상으로는 이 꽃병 꽃꽂이가 더 예뻐보이네... 쥐똥나무 흰 꽃봉오리의 흰색, 쥐똥나무 잎의 짙은 녹색, 그리고 단풍나무 잎의 ..
비누를 만들 때 계절을 담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가을에는 낙엽을 주워서 넣어 비누를 만들곤 했는데, 2 년 전 봄날에는 봄의 기분이 느껴지는 무언가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매, 잎, 꽃을 구해서 비누에 넣어본 적이 있다. 비누 속에 넣은 재료로 준비한 산사나무 열매, 버찌와 벚나무잎, 민들레꽃과 잎, 산수유 열매와 잎, 돌나물, 모과꽃. 투명베이스를 자르고 비누베이스를 녹일 스테인레스 그릇을 둘 준비했다. 두 가지 종류의 비누, 즉 페퍼민트 비누와 라벤다 비누를 만들기로 했다. 미백을 위해 진피와 라벤다 약재를 준비했다. 페퍼민트 비누에는 진피를, 라벤다 비누에는 백강잠을 첨가할 계획. 보습을 위한 꿀도 준비했다. 꿀에 조금 더할 글리세린도. 비누거품 제거를 위한 알코올까지 준비하면 끝. 페퍼민트..
동네 구름다리 양쪽으로 중국단풍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중국단풍과 벚나무 산책길이 조성되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빠른 속도로 자라는 중국단풍들은 천천히 자라는 벚나무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벚나무는 차례차례 고사했고 잘려졌다. 지금 살아남은 벚나무가 몇 그루 없다. 살아남은 벚나무 중 한 그루가 사진 속 벚나무다. 고개를 최대한 중앙으로 숙여서 중국단풍이 가리는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애쓴 노력이 눈물겹다. 나무나 사람이나 환경이 나쁘면 그 나쁜 환경 속에서 생존할 기회를 스스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살아남는 생명력은 참으로 강인하다 싶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아낸 벚나무. 나는 이 벚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경탄한다. 지난..
아마 2009년이었던가? 평생교육센터에 다니면서 수채화를 그렸었다. 당시 그림을 몇 장 그리지 못하고 중단하고 말았다. 인터넷으로 수강신청하는 것이 힘들어서. 내가 처음 그린 풍경은 몽셍미셸. 오래 전 친구들이랑 몽셍미셸에 놀러갔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수 년이 흘러 다른 친구들과 또 다시 몽셍미셸을 찾았을 때 몽셍미셸은 좀 달라져 있었다. 처음 방문 때보다 확실히 감동이 덜했다. 하지만 조수간만의 차이로 섬이 되었다, 육지랑 연결되었다 하는 그곳은 충분히 낭만적인 매력이 있는 장소다. 이 그림을 그린 후 수 년이 흘러 나는 다시 몽셍미셸을 찾았다. 몽셍미셸은 또 달라져 있었다. 세월이 흐른 후 또 가고 싶었던 곳이었나 보다. 나는 두번째로 프로방스 마을 풍경을 그리고 싶었다. 프랑스의 프로방스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