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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파란 나팔꽃이 있는 여름 하루의 시작 본문
오늘은 11시가 넘어 하천가에 산책을 나갔는데, 전날부터 내린 억수같은 비, 그러고도 그치지 않고 부슬부슬 이어지던 비 때문이었는지 파란 나팔꽃이 아직 지지 않고 있었다. 우리 하천가에는 두 종류의 파란 나팔꽃이 자란다. 미국 나팔꽃과 애기나팔꽃. 사진 속의 나팔꽃은 세 갈래가 난 잎모양을 보니 미국 나팔꽃이다.
미국 나팔꽃, 애기 나팔꽃, 이 두 종류의 나팔꽃은 내 아파트 베란다에도 덩굴을 만들었다.
작년에는 여름이 충분히 더웠고 마른 장마가 이어졌던 덕분인지 햇살이 그리 충분하지 못한 베란다에도 초가을까지 파란 나팔꽃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다. 매일 아침 파란 나팔꽃을 볼 생각으로 일찌감치 잠자리를 떨쳐내곤 했었다. 올봄에도 지난 여름을 기억하며 파란 나팔꽃 씨를 뿌렸다. 씨앗은 여러 싹을 틔웠고 싹이 자란 줄기들은 지금은 베란다에 무성한 덩굴을 만들었다. 그런데 장마가 너무 길어서 햇살이 부족한 탓인지 꽃이 피질 않는다. 장마가 끝나면 나팔꽃이 필까? 나팔꽃잎을 살펴보니 병든 잎들이 적지 않다. 햇살이 부족한 탓일까? 작년 여름에 그토록 많은 나팔꽃을 보았던 것은 운 좋은 일이었음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작년처럼 올해도 파란 나팔꽃을 보며 행복한 아침을 시작할 줄 알았던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산되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똑같이 반복되는 법은 없다. 살아가면서 그것을 매 번 확인하게 된다.
올 여름은 거의 매일 하천가를 걷고 있으니까 하천가에서 파란 나팔꽃을 보기로 마음 먹는다.
하천가에서 나팔꽃을 보려면 좀 부지런을 떨어야한다. 이른 아침에 꽃을 피우는 나팔꽃의 리듬에 내가 맞추어야 하니까.
그런데 장마 덕분에 흐린 하늘이 계속되니 좀 늦게 길을 나서도 파란 나팔꽃을 볼 수 있네.
시들어가는 파란 나팔꽃은 조금씩 붉어져 막판에는 붉은 보라빛을 띤다.
파랗게 피어나 붉어지면서 지는 나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