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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노동, 자연, 계절, 추억과 함께 하는 음식들 본문
모리 준이치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고향마을에 돌아온 젊은 여성이 논밭을 돌보고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상을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리틀 포레스트:여름과 가을(2014)]은 여름부터 가을에 걸친 일본 도호쿠 지방 코모리에서 지내는 이치코의 시골생활 속에서 특히 식생활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여름 편에서 모두 7가지 음식을 소개한다.
먼저 빵. 습기찬 여름의 물기를 날리기 위해 피운 난로를 이용해 빵을 굽는다.
여름철에 굽는 빵이 낯설다.
그리고 식혜. 이 식혜는 죽에 누룩을 넣어 발효가 되도록 두었다가 나중에 요구르트나 이스트를 넣어 더 발효시켜서 냉장고에 두었다 마시는 음료로 우리 식혜와는 다르다.
근처 사는 후배인자 친구인 유타를 불러서 함께 나눠 마신다.
그리고 세 번째는 수유쨈. 동네 나무의 버려지는 열매를 이용해서 만든 쨈. 그런데 수유가 아니라 보리수 아닌가?싶다.
스스로 만든 쨈을 스스로 만든 빵에 발라먹는 이치코의 모습을 보니 정말 맛있겠다 싶어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이 쨈을 만드는 동안 과거의 남자친구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음식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네번째로 우스타 소스. 어머니가 항상 만들어준 간장소스.
당근, 생강, 샐러리잎, 다시마, 통후추, 산초열매, 월계수잎, 세이지, 타임, 간장, 식초, 맛술, 굵은 설탕 등을 넣고 졸여서 만든 소스인데,
실제 우스타 소스와는 다르다는 것을 좀더 자라서 알아채고 실망하지만...
지금은 이 소스를 스스로 만들어 먹는다. 어머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소스.
우스타 소스의 기억은 뉴뗄라의 기억도 함께 불러일으킨다.
역시나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뉴뗄라. 이것도 나중에 자라서 어머니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마트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치코가 사는 시골의 작은 이층집. 이층은 다락으로 보인다. 주변에는 작은 밭이 있고 풀이 번성하며 나무도 울창하다.
이 영화에서 이치코와 유타가 전하는 메시지. 내 몸이 느낀 것은 믿을 수 있다.
그리고 몸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머리로 지껄이는 사람들에게 대한 불신.
머리로만 생각하고 말로 지껄이는 사람, 나도 싫다.
시골의 밤, 홀로 지내기에 좀 무섭지 않을까 싶지만...
다섯번째 요리는 근처에서 자라는 멍울풀을 이용한 요리. 멍울풀이 뭘까? 식욕이 없을 때 입맛을 돌게 하는 그 맛이 궁금했다.
주위의 이웃들은 거의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그나마 친구 키코와 유타가 있어 다행스럽다.
여섯번째 요리는 곤들메기.
양어장일을 돕다가 얻은 물고기. 유타가 불에 구워준다. 바로 구운 생선은 맛있겠지만... 살아 있는 생선을 잡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잡아서 먹는 일이 정직하다 싶다. 생명을 해치고 먹는 일이니 절대 지나치게 먹지 않겠지.
마지막으로 토마토요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방울 토마토를 키워본 적 있는데,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토마토 스파게티. 직접 키운 토마토로 만들어 먹는 스파게티는 별미일 것만 같다 .
그리고 가을편.
다람쥐 너무 귀엽다... 이치코가 사는 곳에는 이런 작은 동물들도 많고 곤충도 많고 새도 많고... 게다가 곰까지 산다.
첫번째로 '으름'이라고 불리는 열매가 나오는데... 정말 으름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이어서 호두를 주워서 호두밥을 짓는다. 가을은 열매가 풍성한 계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밤조림이 맛있어 보였다. 속껍질째 조린 밤.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은 사라진 상태라는데...
사람들은 제각기 레드와인, 간장, 보드카 등을 넣고 조렸다. 다 다른 맛이겠지.
밤이 추위를 초대한다는 말. 우리 동네에도 밤나무에 밤송이가 매달렸다. 추석즈음에는 밤이 익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때이지만...
아직 추위를 느끼기에는 날씨가 덥기만 하다. 어제도 낮에는 30도나 되었다.
그리고 토란, 고구마. 추석때는 토란탕을 먹었고, 지금 식탁에는 고구마가 놓여 있다.
이 시절에는 먹을 것이 정말 풍성하다. 영화속에서 고구마를 말리는 광경이 나온다.
고구마를 저장하는 방법이겠지만... 살짝 말린 고구마, 정말 맛있다.
이치코의 마을에도 오리농법으로 논농사를 하시는 분이 있다.
추수를 하고 나면, 그동안 통통하게 살이 찐 오리들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다음 해 봄에 논농사를 시작할 때 다시 새끼 오리들을 부화시켜 오리농법의 농사가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튼 내가 키운 오리들을 내가 잡아서 먹는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지만...
육식을 해야 한다면 자신이 키운 동물을 잡아먹는 것이 더 낫다 싶다.
다른 생명에 빚을 져 생명을 유지한다는 생각도 해보고..
맛 때문에 손쉬운 육식을 하지 않는 것.
쉬이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자세는 직접 키우고 죽이고 먹는 과정 속에서 배우게 될 것도 같다.
서리 맞은 시금치가 맛있다는 이야기 처음 들었다.
그 시금치로 된장국을 끓여 먹는다.
영화는 어머니의 편지가 도착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 일상 속 먹는 것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계절마다 주위에서 주어지는 먹을거리, 그리고 내가 손수 키워서 얻는 식재료...
노동과 시간의 흐름을 존중하고, 나를 생존케하는 다른 생명들의 소중함도 느끼고...
더불어 음식은 추억도 실어온다.
지난 추석때 어머니가 준비하던 차례상 음식을 떠올리면서 음식을 준비하고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보냈다.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되서 그 맛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두 생명이니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생명을 과도하게 해치는 일이니 될수록이면 소식하면서 적당량을 먹는 것이 좋다 생각된다.
그리고 먹을 음식은 정성껏 준비하고 준비된 음식은 잘 음미하면서 먹는 것.
잊지 말아겠다 싶다.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도 보고 싶다. 또 어떤 음식들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