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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다

녹고 있는 눈사람

마카모 2021. 2. 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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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낮 기온이 5도로 올랐다는 소식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에 나섰다. 

눈은 햇살에 녹고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녹지 않았다. 

길은 미끄럽고 질퍽거렸다. 

내일 즈음이면 이 눈도 모두 녹지 않을까? 새벽에도 영상의 기온이고, 내일 낮에는 10도까지 오른다고 하니까. 

습지 근처에 누군가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나 보다. 

기온이 오르니 눈사람이 녹고 있다. 

화단 위의 눈사람도 꼴이 웃기다. 

또 다른 습지에도 눈사람이 있었다. 

오늘 내가 만난 눈사람 중에 가장 제대로 된 꼴을 갖춘 눈사람. 

눈모자까지 쓰고 있는 이 눈사람은 만든 사람의 정성이 엿보인다. 

 

눈사람을 보면서 걷다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곳에서 자랐던 나는 어렸을 때 눈구경을 거의 하질 못했다. 

어느 해 겨울인가 눈이 내려 길을 얇게 덮었었다.

눈에 흥분한 동네 아이들이 다 집밖으로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겠다며 수선을 떨었다. 

집집마다 대문 앞에는 시꺼먼 눈사람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눈이 부족하니 눈과 흙이 뒤섞여서 시커먼 눈사람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 

 

오늘 만난 눈사람도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오늘 밟은 눈이 올 겨울 마지막 눈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그 마지막일 눈을 밟고 걸을 수 있어 행복했다. 

이렇게 겨울이 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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