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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바나나에 얽힌 아련한 기억들 본문
친구 어머니께서 마스크를 쓴 채 잠깐 밖에서 만나 바나나를 안겨주고 갔다.
바나나 송이가 너무 커서 하루에 두, 세개의 바나나를 먹어도 금방 줄지 않는다.
바나나의 갈색 반점이 하나 둘 늘어나더니 급기야 껍질이 짙은 갈색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갈색으로 변하는 바나나를 보다 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가 어릴 때는 바나나가 귀한 과일이었다.
평소에 먹기는 어렵고 누군가 방문할 때 선물로 가지고 오면 그때야 맛볼 수 있는 과일.
그 바나나는 대개 사진 속 바나나처럼 껍질이 이미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때로는 시커먼 껍질을 한 바나나를 사서 먹기도 했다.
시커먼 껍질을 벗겨서 먹는 바나나는 정말 달고 향긋했다.
어쩌면 푸석거렸을 수도 있다. 하지마 그 기억은 없다. 향긋하고 달콤한 바나나 향맛이 떠오를 뿐.
그렇게도 귀했던 바나나가 요즘은 흔하다. 그리 비싸지도 않다. 유기농 바나나가 아니면 잘 사먹지도 않는다.
세월이 흘러 바나나의 몸값이 너무 싸졌다.
몸값이 싸진 바나나는 맛도 더 없어진 것만 같다.
바나나는 또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시절, 아버지는 간암으로 입원하셨다. 말기암.
서울에서 유학중이던 나는 아버지의 입원소식에 고향을 향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버지는 형편없이 마르고 안색도 안 좋았다.
마음이 아팠다.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를 바꿀 생각에 난 아버지에게 "텔레비젼이라도 보실래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아픈 데 무슨 텔레비젼이라며 짜증을 냈다.
그 만큼 아팠던 것이리라. 하지만 당시 난 아버지의 짜증섞인 반응에 좀 당황했다.
아버지 곁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병실을 떠나려는데 아버지가 내게 냉장고에 바나나 있으니 먹으라 했다.
그게 내가 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보인 따뜻한 마음이었다.
집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검게 변해가는 바나나가 있었다.
그 바나나가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식탁에 놓인 바나나를 보다 보니 이런 저럭 기억이 떠오른다.
아픈 기억조차 세월이 흐르니까 미소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