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쌍화차가 쌍화차보다 나을까?

날씨가 춥다. 한겨울 느낌이 팍팍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이 오면 마시기 좋은 차는 오래전 포스팅한 대로 진피생강차, 대추마가목차, 쌍화차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위의 차의 재료, 비법과 효능은 '쌍화차'로 내부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다.)

전북 고창 선운사 근처 찻집

 특히 겨울철 산행을 하게 되면 쌍화차를 마시는 편인데, 오래전 월정사 경내에 있는 찻집에서 마셨던 쌍화차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찻집 분위기도 좋았지만 너무 맛이 좋았다. 

그래서 지난 11월에 전북 고창 선운사를 찾았을 때 그 근처 찻집에 들러서 쌍화차를 마셨다. 

물론 이 찻집 쌍화차는 침향 쌍화차라고 했다.

침향쌍화차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보니까, '신에게 올리는 최고의 진상품 침향'이라는 과장된 광고문구가 쓰여 있다.

도대체 침향이 뭘까? 해서 찻집 주인에게 물어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쌍화차는 백작약, 숙지황, 당귀, 천궁, 감초, 계피 등을 뭉근히 달여 마시는 차인데, 한의학 대사전에 보면 피로회복을 위해 마시는 탕으로 되어 있다. 대단한 약이라기보다 몸이 피로하고 허약할 떄 먹으면 좋다는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침향쌍화차의 정체는 뭘까?

침향이란 한약재의 하나인데, 중국 남부, 말레이지아 인도가 주산지라고 한다.  침향나무의 수지가 단단하게 굳은 것으로 불에 던져넣으면 좋은 향기가 난다고.

그런데 침향을 검색하면 백목향이 나온다. 침향과 백목향은 어떻게 다를까?

임상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침향나무(Aquilaria agallocha)에서 나오는 침향인데, 백목향(Aquilaria sinensis)은 약리학적 연구결과는 거의 없단다. 침향은 아주 귀중한 약재로 취급되지만 백목향은 침향 대신 사용하고 빈번하게 사용지만 정확한 약리효과를 알지 못한다는 것. 

그렇다면 과연 침향쌍화차에 그토록 귀한 진짜 침향이 들어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침향보다는 백목향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백목향의 효능을 살펴보면,  진정, 진통, 진경, 항균의 작용을 한다고 한다. <한국민족대백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된 침향을 백목향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백목향은 진통, 향균뿐만 아니라 호흡곤란이나 급성위염에도 사용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피로회복을 위한 쌍화차에 침향이나 백목향을 더 넣을 필요가 있을까? 더 넣는다고 뭐가 그리 더 좋을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침향쌍화차는 쌍화차에 침향을 더했다고 하지만 진짜 침향을 더했을지는 의심이 간다. 더 구하기 쉬운 백목향을 더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백목향을 얼마나 더했는지도 알 수 없으면, 그 재료가 얼마나 좋을지도 알 수 없다. 게다가 쌍화차에 진통, 향균 등의 효용이 있는 침향이나 백목향을 왜 넣어 마셔야 할까?

침향쌍화차는 일종의 새로운 쌍화차 상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겨울에 피로회복 차원에서 마시려고 한다면, 차라리 국산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신뢰할 만한 쌍화차가 재료불명의 침향쌍화차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찻집은 그토록 좋다는 침향쌍화차를 무려 만 원을 받으면서 일회용 컵에다 내주었다. 마셔보니까 너무 달고 맛이 없다. 몸에 좋을 것 같지도 않은 맛이라고나 할까. 일회용 컵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일텐데, 좋은 차를 나쁜 용기에 내어주면서 신을 운운하는 것은 부질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