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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다

오뎅탕의 온기

마카모 2020. 12. 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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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서늘할 때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평소에는 국물 있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데도.
오늘 점심은 오뎅탕. 오뎅에 떡을 곁들였다. 맛있는 가을 무를 많이 넣고 파도 송송송.
나무젓가락으로 오뎅을 끼웠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근처 오뎅팔던 가게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오뎅꼬치도 팔지만 떡과 곤약도 꼬치에 끼워서 함께 국물에 담궈두고 팔았다.
나는 흰 떡이 좋았다. 간장에 따뜻하고 말랑한 떡을 찍어 먹다가 무와 파가 띄워져 있는 멸치국물을 마시면 추위가 멀리 달아났다.
오늘 오뎅탕에는 가는 떡볶기떡을 넣었기에 예전의 떡맛이 안 나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오뎅탕을 먹고나니 온 몸이 훈훈해서 좋다.
어린시절 먹었던 오뎅을 떠올리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전 기억이 생각났다.
할머니와 둘이서 사립초등학교에 입학 제비뽑기를 하러 갔던 날.
제비는 직접 내가 뽑았지만 꽝!
난 무척 실망했다.
내 생의 최초의 좌절 아니었을까?
그날 난 울면서 그 사립초등학교에서부터 집 까지 걸어왔다.
버스 두세구역은 되는 거리였던 것 같은데...
나는 다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할머니를 앞서 혼자 무작정 걸음을 내딛였던 것 같다.
길도 몰랐을 텐데...
그날은 내 생애처음 멀리 걸었던 날이었기도하다.
역시 걷는 능력을 원래 타고 났던 모양이다.
한참을 울며 걸었을테니 목도 말랐을테고...
오뎅가게 앞에서 할머니가 오뎅을 사 주셨다.
그 가게는 이후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근처였다.
오뎅은 따뜻하고 맛있었던 것 같다.
오뎅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기분 좀 풀렸던 것도 같다.
오뎅맛을 음미하는 순간 나는 현실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었으리라.

오뎅탕이 불러온 어린 시절 추억 하나.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갔다 싶다.

오뎅탕도 따뜻하고 추억도 훈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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