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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사는 법
북부 프랑스 벽돌집의 맨꼭대기 본문
오래 전 살던 곳을 다시 찾는 기분은 특별하다. 설레임은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니고... 뭐라 해야 할까?
살던 집까지 걸어야하는 이 길을 수없이 걸었었다.
살던 당시에는 폐허로 있던 집도 새단장을 해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역시 이곳도 주차공간이 부족한가 보다. 집에 자동차들이 줄을 서서 쉬고 있다.
내가 살았던 집은 예전과 겉보기에 달라진 건 없다.
북부 프랑스의 벽돌집.
이 동네는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곳으로 도시 한복판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다.
집주인은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여성이었는데,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이 그리 없었는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아마도 대출을 받아 이 집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세를 놓아야 했을 것이다. 세를 놓은 곳은 건물 꼭대기 층. 비가 오면 떨어지는 빗소리가 투둑투둑 들리는 곳.
가난한 대학생이나 유학생에게 세를 놓았다.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지역신문에 작은 광고를 내서 세들 사람을 구했다.
여러 사람들이 그 집을 거쳐갔을 것이다. 그 중 나도 있었다.
나는 이 집에서 약 4년을 살았다.
다소 무기력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았다.
집주인 가족이랑 그럭저럭 잘 지냈다.
그래서 다시 이곳에 들를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들렀다.
언제나 그렇듯, 집주인 여자는 적당히 친절했다.
절대로 과하게 시간을 내주거나 물질적으로 나누는 법은 없지만
물질적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는 수준에서는 기꺼이 나눠준다.
적당한 거리감 위에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프랑스 식의 합리적인 관계의 친구.
아마도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때도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친구다.
어쨌거나 북부 프랑스의 이 집은 내 인생의 특별한(어쩌면 우울한) 시기의 공간, 웅크리고 지내던 둥지로 기억에 남았다.
이 집을 다시 찾아 살던 공간에서 다시 잠을 자고 깨어났던 며칠이 좋았다.
내가 지냈던 방은 지금은 집주인의 아들 방이 되어 있었다.
마침 아들이 외국에 나가 있어 빈 방을 이용해서 머물 수 있었다.
그 집이, 그 방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았다.
당시 좋은 관계로 지냈던 사람들도 그 공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