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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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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카모 2022. 9. 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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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하천가를 산책하는데 야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채 눈도 뜨지 못하는 새끼 고양이가 포도박스에 담요와 함께 넣어져 있었다.
상자곽에는 '가져가 키우세요!'라고 적혀 있다.
고양이가 불쌍해서 친구는 가져간 '물이라도 주자'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물을 마실 생각이 없나 보다. 거절당했다.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는 나는 새끼 고양이가 불쌍했지만 누군가 데려가는 사람이 있겠지, 하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하천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산책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영 마음이 찝찝하다.
친구는 하천가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누군가 고양이를 데려갈 거라고 하면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새끼 고양이가 담긴 상자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주머니도 잠깐 살펴보다가 그냥 가버린다.
상자 속 새끼 고양이가 버둥거리다가 상자밖으로 튀어나온 모습도 보인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고양이를 다시 상자에 넣어둘 뿐 고양이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나는 불현듯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너무 많은 사람이 한 명의 고통받는 사람을 지켜보게 되면 아무도 자신의 책임을 느끼지 않아 누구도 돕지 않는다는 심리법칙. 고양이 곁을 지나가는 사람은 누군가 이 고양이를 데리고 가겠지, 생각하고 결국 아무도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가질 않아 고양이가 지쳐 죽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상상되었다.
난 아무래도 무관심할 수가 없었다. 내가 데리고 가서 보살필 수는 없어도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일단 우리 시의 유기묘 동물보호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시에는 유기묘 동물보호시설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청으로 연락하면 되는 전화번호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담당자에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는다. 점심시간이라서 그럴까?
어떻게 할까? 다시 고민하다가 구청에 전화를 해보기로 했다. 구청의 콜센터 직원이 받았다. 직원은 내 사연을 듣고는 새끼 고양이를 근처 주민센터에 가지고 가면 그곳에서 동물보호소로 옮긴다고 한다. 내가 있는 위치를 말하니까 제일 가까운 주민센터를 알려주었다. 나는 새끼 고양이를 근처 주민센터로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다리를 건너 고양이를 데리러 갔다.

다시 돌아가 보니 새끼 고양이는 잠들어 있었다. 너무 울어서 지쳐서인지...
그때는 몰랐지만 내가 고양이를 발견하고 고민하고 이것저것 문의하는 동안 약 20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상자를 들고 근처 주민센터를 향했다. 햇살이 너무 따가웠다. 고양이는 꼼짝을 하지 않고 잠들어 있어 데리고 가기가 쉬웠다.

그런데 가는 도중 새끼 고양이가 잠에서 깨어났다. 고양이는 다시 울기 시작하면서 상자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고양이가 상자에서 길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잡으면서도 주민센터를 찾아 걸음을 걸으려니까 진땀이 났다. 잠든 동안에는 이동이 쉬웠는데 깨어나니 정말 곤욕이었다. 

다시 전화해서 주민센터의 위치를 파악했다. 제법 한참동안 울고 버둥거리던 고양이가 다시 꼼짝도 않았다. 갑자기 고양이가 죽으려나?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꼭 잡아서 숨이 막혔나? 하고. 혹시 주민센터에 도착했는데 새끼고양이가 죽어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불길한 상상까지. 담요를 걷고 살짝 살펴보니까, 숨을 쉰다. 

주민센터에 도착하니, 12시 40분. 고양이를 다시 데리고 주민센터까지 걸어가는 데 20분이 걸린 셈이다. 햇살이 따갑고 긴장하고 있어서였는지 땀을 뻘뻘 흘렸다. 

2층 민원실로 들어가서 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책상위에 상자를 놓았다. 

그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화들짝 놀란다. 아마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나 보다.

새끼 고양이라고 말하니까, 그 사람이 다른 직원을 부른다. 직원들이 고양이라는 이야기에 너도 나도 구경하려는 듯 다가왔다.

우리는 새끼고양이를 발견한 경위, 장소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직원의 요구대로 우리의 연락처와 이름을 남겼다. 

고양이를 놓고 나오니까, 마침내 책임감에서 해방되어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고양이를 챙기는 직원이 자신도 고양이를 키운다고 했으니까 아마도 새끼 고양이가 보호소에 갈 때까지 잘 돌봐주겠지 싶었다. 

주민센터에서 나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그 고양이를 그대로 두었는데 아무도 고양이를 데려가지 않을 경우 햇살로 인해 고양이는 탈수, 탈진되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새끼 고양이를 주민센터로 이동시킨 결정은 잘 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새끼 고양이를 박스에 넣어 두었을까?하는 질문이 머릿 속에서 빙빙 돌았다. 내가 보기에 상자 속 새끼 고양이는 우리 동네 하천가에서 종종 출몰하는 길고양이의 무늬와 닮았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길고양이 새끼를 발견하고 키울 수 없어서 상자에 담아 누군가 데리고 가길 바라면서 두었다는 가정 하나. 아니면 길고양이 새끼를 주워 가서 키우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상자에 담아 내놓을 수도 있다는 또 다른 가정 하나. 새끼 고양이가 한 눈에 보기에도 아파보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고양이 어미가 병든 새끼를 키우기가 여의치 않아서 버렸다는 상상을 해볼 수도 있다.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를 누군가 주워서 상자에 담아 놓았다는 또 다른 가정.

아무튼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것은 1. 길고양이 새끼는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는 것. 어미 고양이가 찾으러 올 수 있기 때문에. 2. 이번 경우처럼 누군가 새끼 고양이를 상자에 넣어 밖에 놓아둔 경우는  가까운 주민센터로 데리고 가면 된다는 것. 3. 우리 시에는 유기견, 유기묘에 대해 문의할 동물보호시설이 없다는 것.  

유기고양이 때문에 오늘 산책은 무진장 땀을 흘린 채 정신 없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쯤은 친절한 돌보미를 만나 새끼 고양이가 배도 부르고 편안한 상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한 행동이 선한 결과를 낳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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