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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아주심기를 위한 시간

마카모 2019. 10. 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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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를 먼저 보았기에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가 궁금했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라서 기대도 되었고. 게다가 김태리와 문소리가 모녀지간으로 출연한다는 점도 영화에 대한 궁금함을 더했다. 

​일본판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혜원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길을 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본판 '사계절'은 여름부터 시작했지만, 한국판은 겨울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로 이어지는 사계절을 담았다. 

​자연의 변화와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변화가 완연히 느껴지는 점은 그대로 닮았다. 

​사람 이외에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담은 점도 닮았다. 

​일본판의 집과 한국판의 집은 완연히 다르다. 

​그리고 일본판의 친구들과 한국판의 친구들도 다르다. 

​일본판에서는 친구 둘이 결혼했지만 한국판에서는 그런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혜원과 재하가 결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가 흘렀다.

​일본판에서는 고양이가 등장했지만 한국판에서는 강아지 오구가 등장했다. 

그 강아지는 재하가 준 것이다. 

​우리 정서상 고양이보다는 개가 더 어울린다는 판단은 적절했던 것 같다.  

​일본판에서 여주인공 이치코는 시골마을에서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혜원은 시골에서 고모의 일도 도와주고 했지만 일을 한다기 보다는 시골에서 쉰다는 느낌으로 지낸다. 

​오구의 꼬리가 탐스러워서 취한 장면.^^

​사랑스러운 고양이 장면이 여럿 등장했던 일본판과 달리 한국판에서는 듬직한 오구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어린 시절의 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혜원.  

일본판에서는 요리가 중심이되어 이야기가 진행되었지만, 

한국판에서는 요리가 중심이 아니라 혜원의 서사가 중심이 되었다. 

혜원이 4살에 병든 아버지의 요양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고향으로 이사왔고 그곳에서 자랐으며, 

혜원이 수능을 보고 난 후 어머니가 마을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는 것. 

좀더 상황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일본판에서와 달리 우리의 음식들이 나온다. 수제비, 떡 등.

​하지만 쑥갓과 아카시아꽃 튀김은.... 글쎄... 좀더 일본적인 냄새가...

​한국판에서도 어머니는 요리를 하면서 혜원을 속이는데... 

오코노미야키를 해주면서 가츠오부시를 나무라고 속인다. 

​혜원은 나중에 어머니가 해준 오코노미야키가 일본요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혜원과 어머니의 추억이 영화 사이사이 삽입되어 있는 점은 닮았다. 

​혜원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위해, 딸을 위해 헌신하느라 자신의 길을 가지 못했지만

혜원이 성장한 다음 어머니가 자기길을 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일본판에서는 어머니가 집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모녀가 시골에 정착한 이유도 알 수 없다. 

혜원은 잠깐 시골에서 쉬려고 왔다가 사계절을 지내고 다시 서울로 떠난다. 그리고 '아주심기'를 하듯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서울에서의 삶이 힘들었던 혜원이 잠시 쉬려고 시골을 온 것이 결국엔 시골삶에 본격정착하기 위한 시험기간이 되었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시골에서 성장했던 젊은 여성이 도시의 삶을 경험한 후 다시 시골로 돌아와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식으로 그렸다. 

요리의 중요성은 훨씬 약화되었고, 어머니와의 추억과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 돋보인다. 

딸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듯, 어머니도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대목도 더 부각시켰다. 

아무튼 영화 속 혜원은 원래 시골에서 성장했던 시골 아이였고, 그 시골을 온전히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기 전에 잠시 방황했던 것으로 묘사했다. 

도시여성이 전혀 다른 시골삶을 자신의 것으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도시여성이 바람쐬던 시골삶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성장해온 삶에서 얻은 지혜를 성인이 되어 꽃을 피우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혜원이 어머니와 함께 성장하면서 저절로 습득한 시골의 삶을 성인이 되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듯이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나같은 사람은 도시에서 사는 법을 배워왔듯이 도시의 삶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도시에서도 사계절은 있고, 그 흐름에 따른 변화가 분명 존재한다.

도시에서도 풀, 꽃, 나무, 곤충을 포함한 여러 동물과 공존해야 한다. 

도시에서도 계절에 따른 요리를 할 수 있다. 

도시에서도 휴식과 노동의 리듬을 고민해야 한다. 

도시에서도 우정은 나눠야 하고 나눌 수 있다. 


내게 주어진 공간을 진정한 삶의 터전으로 삼기 위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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